장욱진은 정말 순수한가? 미술이야기

 오랜 시간동안 물러설 모르고 매섭게 몰아쳤던 추위가 겨우 조금 물러서고, 달만에 기운이 풍기는 햇볕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해 갤러리에 가고 싶어졌다. 안국동에서 버스를 타고 오는 , 가로등 옆에 걸린 장욱진 20주기전 홍보 포스터를 보았던 것이 문득 기억나, 사간동에 있는 갤러리 현대를 찾아가기로 했다. 한국 미술사에서 박수근, 이중섭에 버금가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그의 그림은, 앞에서 언급한 사람의 그림과 비슷한 분위기가 풍겼다

 갤러리에는 동시대의 다른 동료들보다 훨씬 삶을 살았다는 화가의 작품이 1937년부터 1990년까지 시기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원근법이나 사실적인 표현에서 벗어나 마치 아이의 그림처럼, 좋아하는 나무는 크게 그리고 나무만큼이나 새를 바로 밑에 그려넣은 그림들은 보는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듯했다

 실제로 유명한 화가라 그런지 평일인데도 꽃단장을 하고 갤러리 나들이를 관람객들이 많았고, 그들은 관객의 기를 죽이지 않는, 이해하기 쉽고 정이 가는 그림들을 즐겁게 바라보고 있는 눈치였다. 문득 박수근의 그림이나 이중섭의 그림 모두 소박한 정서를 담아 냈다는 것이 재미있어, 이런 특징이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쉽게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림을 그릴 우선 나무를 가운데에 커다랗게 배치하고 그것을 중심축으로 위에 동그란 해를 그리거나, 옆에 해와 달을 배치하고, 남는 공간에도 질서 정연하게 사람, , 등의 대상들을 늘어 놓는 방식을 많이 사용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방식을 사용한 그림이 그가 죽었을 때인 1990년까지도 꾸준히 계속 된다는 점이다. 장욱진은 자신의 그림에서 단순함을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고, 평론가들은 그의 삶도 그의 작품만큼이나 단순하고 순수했다고 추켜 세우는 같다. 하지만 그의 그림이 정말 순수를 담고 있는지, 나는 느낄 수가 없었다.

 그의 그림의 소재들과 그를 묘사하는 방법만을 주목한다면, 작품이 순수하다고 말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화면의 가운데를 중심으로 사물을 배치하거나, 중심축을 두고 옆으로 완전한 대칭을 이루도록 그림을 그렸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표현 방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하였고, 작은 캔버스에 일정한 갯수의 사물들이 줄을 맞춰 나열된 모습은 순수가 아닌 철저하게 계산된 표현이었다

 이런 지독한 균형은 르네상스 시대의 라파엘로의 그림을 떠올리게 했다. 그의 성화들 역시 가운데에 십자가나 마리아를 배치하고 옆에 해와 달을 그려넣은 다음 완벽한 삼각형 구도로 인물을 배치해 철저한 균형을 도모한 것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기법은 보는 사람에게 안정을 줌과 동시에 신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질서정연하게 세워 권위를 강조하는 효과를 내기 위한 전략적 표현 방식이었던 것이다

 또한 섬나라인 사이프러스의 토기는 주둥이가 개라는 것이 매우 특징적인데, 하나만 있어도 충분한 주둥이를 개로 만들어 굳이 균형을 맞추었던 것은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균형 잡히지 않은홀수 견딜 없었기 때문에 생겨났던 현상이다

 라파엘로의 그림과 사이프러스의 토기를 생각해본다면, 장욱진의 그림의 순수는 껍데기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소재를 제외하고 구도나 배치하는 방법에서 인위성이 너무도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한 지독하게 대칭을 고집했던 것은 술에 찌든 불안정한 삶에서 나온 징후적인 현상으로 보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려운 시절 일본에 가서 그림공부를 하고 돌아온, 한국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유명한 사람이 그린 그림이기 때문에 순수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일까? 하지만 그의 이름과 배경을 떼어 버리고 그림만을 바라본다면, 50년이라는 세월 동안소박함이라는 정서 하나만으로 버텨 , 이상의 진지한 메시지나 기법도 없는 작품밖에 눈에 보이지 않았다.   

 피카소의 그림이 마치 어린이가 그린 그림 같다고 하지만, 그것을 그리기 위해 수많은 연습의 과정을 거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장욱진의 그림에서 우리가 보는 역시 유명한 예술가의어린이가 그린 같은 그림 같다. 하지만 너무나도 아쉬운 것은 그것이 예술의 진정성이나 한국 미술사에 대한 고찰에서 나온 것이라기 보다는, 미술 작품을 그저 예쁜 낙서 정도로 생각하고, 가는대로 그려도 우연한 멋이 나온다는 믿음으로 결국은 의미없는 작품들만을 남긴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삶에 대한 치열한 고뇌나 깨달음 보다는 치기나 안일함이 느껴지는 같아 씁쓸한 오후였다.





이 그림과 아래 라파엘로의 그림을 비교해보자.. 
답답한 균형을 느낄 수 있다.







고대 사이프러스의 도자기(pott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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